미팅 중 상대의 굳은 표정을 살피며 긴장하는 직장인

상대의 표정이 굳으면 내 탓 같을 때, 사실과 해석 사이 — 《코치의 시선》 6

핵심 요약
말더듬과 발표불안을 오래 겪은 한 내담자는 상대의 표정이 잠깐 굳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직 알 수 없는데도 마음은 곧장 ‘내 잘못’이라는 결론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번 회기에서 주목한 것은 상대의 표정이 아니라 표정을 본 순간부터 ‘내 탓’이라는 판결에 이르기까지 일어나는 해석의 과정이었습니다. 사실과 해석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드는 방법을 함께 살펴봅니다.

ⓒ 참나코칭센터 김한수 대표코치

표정 하나에 가슴이 내려앉는 사람

그는 미팅에서 상대의 표정이 잠깐이라도 굳으면 반사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말더듬 티가 너무 났나? 내가 방금 이상하게 말했나?’ 이렇다 할 정황도 없는데 자신을 향한 질문부터 쏟아졌다.

그는 대화 내용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말이 막히는지 살피고 상대의 표정을 읽고 주변 분위기와 자신을 향한 시선까지 확인했다. 상대가 잠깐 말이 없어도 ‘내 말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오래 말더듬으로 긴장해 온 사람에게 그렇게만 말하기는 어렵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표정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지난날의 불편한 기억과 예상이 한꺼번에 따라붙을 수 있다.

“그런 것까지 전부 본인 책임으로 가져가시는군요”

나는 그가 상대의 표정을 잘못 읽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표정 하나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비추었다.

상대는 업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진지한 얼굴을 했을 수도 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거나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그의 말이 막히는 것을 보고 순간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상대가 실제로 불편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 그를 이상하게 봤다는 뜻일까. 잠시 기다려 줄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로 넘길 수도 있다.

표정 하나에서 출발한 생각은 몇 단계를 거쳤다.

  1. 상대의 표정이 굳었다.
  2. 내 말더듬을 알아챘다.
  3. 상대가 불편해졌다.
  4. 내가 분위기를 망쳤다.

그 사이 가능성은 어느새 확정된 판결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상대의 표정은 물론 그 표정에 담긴 의미와 이후의 평가까지 모두 자기 책임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쓸데없는’이라는 한마디

그는 답답한 듯 말했다.

“진짜 상대방은 아무 관심도 없는데, 저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나는 ‘쓸데없는’이라는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쓸데없는 생각이구나’ 하는 생각도 올라오죠.”

그는 잠깐 멈칫했다. 상대의 표정을 자기 탓으로 돌린 뒤,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까지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오래된 경계심에 놀라고 놀란 자신을 다시 나무라는 일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 좋은 생각보다 알아차림

나는 그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라고 권하지 않았다. 대신 생각이 올라올 때 이름을 붙여 보게 했다. “지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네.” “또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냐는 생각도 올라오네.”

바다의 파도 이야기를 꺼낸 것도 같은 이유였다. 파도는 일어났다가 저절로 가라앉는다. 불편한 생각을 빨리 잠재우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올라온 생각을 곧바로 사실로 채택하지 않고 우선 ‘생각’으로만 둘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알아차리는 나’라는 말은 아직 그에게 낯설었다. 상대의 표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보기 시작했다. 상대의 얼굴에서 시작된 일이 자기 잘못이라는 판결로 끝나기까지 그 사이에 어떤 생각들이 끼어드는지를.

“저 표정은 내 탓이다.”

“나는 지금 저 표정을 내 탓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에는 다른 가능성이 들어올 자리가 있다.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 날 적어 볼 세 줄

누군가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 날에는 노트에 세 줄을 적어 보자.

  1. 내가 실제로 본 것
  2. 거기에 내가 붙인 뜻
  3. 그 밖에 가능한 이유

그리고 한 줄을 더 물어보자. 정말 내 말더듬 때문에 상대가 불편해졌다고 해도 그것이 곧 나를 비난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일까?

세 줄을 다 채우지 못해도 괜찮다. 본 것과 붙인 뜻을 따로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내 탓’이라는 판결은 한 박자 늦춰진다. 그 한 박자가 다른 가능성이 들어올 자리다.

자주 묻는 질문

상대의 표정이 계속 신경 쓰이는 것도 시선의식인가요?

넓게 보면 그렇습니다. 상대의 눈빛이나 표정을 살피며 그 의미를 자기 탓으로 해석하는 습관은 시선의식과 대인불안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먼저 내가 실제로 본 것과 그 위에 붙인 해석을 나눠 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 됩니다.

억지로 좋은 생각으로 바꾸려 하면 ‘또 안 되네’ 하는 자책이 하나 더 붙기 쉽습니다. 생각을 바꾸기보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연습이 부담이 적습니다. 알아차림이 익숙해질수록 생각을 곧바로 사실로 믿는 일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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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한수 대표코치
참나코칭센터 대표코치, 스피릿 컨설팅(주) 대표. 한국 최초로 심층정서코칭을 개발했고, 기업·공공기관·병원·프로스포츠 구단에서 리더십과 멘탈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의해 왔습니다. 참나코칭센터는 대한민국명가명품대상을 7년 연속(2017~2023)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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