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다닌 회사 책상에 앉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직장인

성인 말더듬,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온 이유 — 《왜 중요한 순간만 되면…》 2화

핵심 요약
성인 말더듬과 발표불안이 오래 반복되면 어느 순간 ‘말이 막힌다’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중요한 자리에서 작아지고 평가받는 순간 위축되는 자신을 보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2화는 한 내담자가 오랫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그 모습이 정말 자기 자신인지 묻기 시작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이 글은 실제 코칭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내담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표현과 상황은 익명화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코칭이 아니었다

나는 이번 코칭을 가볍게 시작하지 않았다.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해 왔고 직장생활의 마지막도 멀지 않았다. 꼭 높은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버텨 온 시간이 말더듬이나 발표불안 하나로 가볍게 보이는 것은 싫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일해 왔는데 마지막에 그동안의 직장생활이 우습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은 다 좋은데 보고나 발표 때문에 참 힘들어했어.’ 그런 말은 진짜 죽어도 듣기 싫어요.”

한편으로는 조용히 지내다가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중요한 자리에 나섰다가 또 실패하면 그동안의 회사생활이 오점으로 남을 것 같았다.

코치는 말했다.

“누구나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어요.”

선생님 앞에서는 괜찮았다

그 말을 듣고 학창 시절의 한 발표가 떠올랐다. 선생님이 나에게 발표를 맡겼다. 정말 싫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다가 놀림감이 될 것 같았고 자존심이 상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나를 아껴 주던 선생님은 “괜찮아, 딱 한 번만 해 봐”라고 했다.

막상 해 보니 예상과 달랐다. 말이 전혀 막히지 않았다.

“그때는 발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여유 있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습니다. 그래서 잠깐은 다 고쳐졌다고 생각했어요.”

심사위원 앞에서 다시 무너졌다

그 덕분에 다른 대회에서도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과 결과물을 설명했고 심사위원들은 평가지에 점수를 매겼다. 나를 믿어 주던 선생님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평가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사람들은 그냥 바라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그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말하다가 탁 막히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그 눈빛이 너무 싫었습니다. 처음 그런 자리에서 그 느낌을 확 받고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그 뒤로 한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건 진실한 자기입니까?”

코치는 내 경험을 한 번의 발표 실패로만 보지 않았다. 그런 경험이 오래 반복되면 어느 순간 그것을 ‘진짜 나’처럼 여기게 된다고 했다.

“옛날에 발표하다가 말이 막혀서 당황했다, 그 틀 안에서 지금까지 자신을 봐 온 거예요. 그건 진실한 자기입니까, 아니면 만들어진 자기입니까?”

“…진실인지 아닌지도 헷갈립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오래된 문제였다. 처음에는 한 번의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을지 모른다.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나는 점점 ‘나는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 붙어 있었다.

내가 정말 묻고 싶었던 것

나는 발표를 잘하고 싶어서만 코칭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자리에서 말이 막히는 문제를 풀고 싶은 것도 맞았다. 그런데 그보다 깊은 마음이 있었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닌 이 모습이 정말 나인지 묻고 싶었다.

나는 정말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지는 사람인가.

평가받는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작아지는 사람인가.

아니면 오래된 경험 때문에 그렇게 믿고 살아온 것뿐인가.

코치는 그 지점을 짚었다.

“이 문제를 인정하는 나도 있지만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자기도 있어요. 그러니까 오신 거잖아요.”

나는 이 문제를 인정하며 살아왔다.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말이 막히는 순간을 고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 순간마다 작아지는 나를 더는 진짜 나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어떤 자리에서는 괜찮고 어떤 자리에서는 말이 막히는 이유가 뭘까요?

이 글의 내담자는 믿어 주는 선생님 앞에서는 편하게 말했고 점수를 매기는 심사위원 앞에서는 말이 막혔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평가받는다고 느끼는 정도와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과거 기억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요?

먼저 그 생각이 언제부터, 어떤 경험과 함께 굳어졌는지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오래 반복된 경험이 만든 자기 이미지는 사실처럼 느껴지지만 하나의 믿음일 수 있습니다. 그 믿음과 지금의 나를 구분해 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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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한수 대표코치
참나코칭센터 대표코치, 스피릿 컨설팅(주) 대표. 한국 최초로 심층정서코칭을 개발했고, 기업·공공기관·병원·프로스포츠 구단에서 리더십과 멘탈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의해 왔습니다. 참나코칭센터는 대한민국명가명품대상을 7년 연속(2017~2023)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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